
어려진 연상애인
운시
" 형? "
" 누가 봐도 그쪼기 형아잉데? "
갸웃거리는 작은 얼굴과 마주한 사쿠라이 쇼는 현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오랜만에 생긴 휴가에 드디어 만날 수 있겠구나! 신나하면서, 이것저것 사가지고 벨을 눌러었다.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고, 저거 좋아했었지. 하는 마음에 바리바리 싸 들고 오다 보니 늦어진 시간과 자신의 문자를 보지 않아서 혹시 오늘 바쁜가 하고 걱정했더니, 초인종에 답도 없이 문이 끼익 열렸었다.
그리고 자신의 눈 앞에 보인 것은 맑고 커다란 눈동자 하나와 짧달막한 시야.
자신이 궁금증에 앨범을 마구 뒤졌을 때 마주한 얼굴과 똑닮은 얼굴이 자신을 반겼다.
" 어, 그...그럼, 오노상...? "
" 웅? "
“ ...사토시? ”
“ 웅! 내가 사토찌인데? ”
귀엽기그지 없는 발음으로 맞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사쿠라이는 현실과 꿈의 경계를 어찌 그어야 하나 고민하였고, 얼마나 보고싶으면 이런 꿈을 꾸나 싶어졌었다. 어린 오노상이라니, 너무 좋긴한데,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오랜만에 보고싶었긴 한데.
오늘 힘들어서 칭얼거리고 엉겨붙고 싶었는데, 이건 좀, 내가 먼저 안아버리면, 위험한 그림이 아닌가.
" 아, 모르는 사람, 문 열어주는 거 아니랬는데. "
자신을 모르는 사람 취급하는 것에 서러워해야 하는 것인지, 억울해야 하는 것인지 알지 못하는 사쿠라이는 한숨을 푹 쉬었다. 그리고 그걸 이제야 깨닫다니. 둔한 정도가 너무 그 사람다워서 사쿠라이는 의심도 못 한 채로 한숨을 내쉬었다. 무슨 상황인지는 알 수 없어도, 일단은 안쪽으로 들어가서 생각하자. 집에 들어서니, 향긋하고 상쾌한 향이 푹 퍼졌다. 자신이 선물해준 디퓨져 향이었다. 너무 잘 쓰고 있어서 장하다고 껴안고 싶은데, 싶은데.... 사쿠라이는 입술이 삐죽 튀어나온 채로 어디 한탄할 수도 없는채로 주섬주섬 짐들을 들고 안으로 들어갔다.
형이 너무 보고싶은데.
삐죽 서럽게 어린 오노를 내려보니, 자신이 안에 들어오는데도 멀뚱히 말리지도 않고 바라보더니, 안으로 가벼운 발걸음으로 들어가더니 슬리퍼를 들고 나타났다.
아, 근데 이것도 좀 많이 귀여운데. 아이가 생기면 이렇게 귀여울까? 형을 닮은 아이?
... 아, 좀 끌리네.
" ...제가 할 말은 아니긴 한데, 모르는 사람 안에 들여놓는 거 아니에요. "
" 괜찮아. "
" 도대체 뭘 믿고- "
" 얼굴! "
자신의 말을 툭 끊고, 쪼그맣고 짧은 손가락으로 자신을 대뜸 가리키더니 그렇게 말하고는 꺄르르 웃었다. 알지도 못할 말이지만, 어려졌어도 얼굴 취향은 그대로인 것인지 맑은 눈동자로 자신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갑작스럽게 머릿속에서 자신의 얼굴만 보고 사귀는 거냐는 삐친 소리에 몸도 본다는 대답을 하던 애인이 떠오른 사쿠라이였다. 참 변함없는 사람이었다.
일단 익숙하게 안으로 들어서니 안은 특히 눈에 띄는 다른 점이 없었다. 자신이 잘못 들어온 것인가 몇 번이고 방 호수를 확인하기까지 했지만, 방 구조는 변함이 없었고. 최악의 상상으로 이사를 간 것이 아닌가 싶었지만, 탁자에 올려진 휴대폰을 보자니 아닌 것 같았다.
어쩐지, 평소에도 연락을 잘 안 보긴 하지만 너무 안 보더라니.
가지고 온 것들을 탁자에 내려놓고 휴대폰을 보니, 약 이틀 전의 문자부터 쌓여있었다. 일 관련 문자들에도 대답을 하지 않은 것을 보니, 아마도 그즈음부터 이 상태였던 것 같았다.
휴대폰에서 고개를 올린 사쿠라이는 가지고 온 것들을 주섬주섬 열어보는 어린 오노를 보았다. 집에 입을 게 없던 것인지 입고 있던 상태에서 저렇게 된 것인지. 커다란 티 하나만 걸치고 있었다. 아마 작아져서 못 입을 테니 속옷도 없-
" .... "
" ?? "
거기까지 생각한 사쿠라이는 자신의 머리를 세게 쳐서 정신을 차렸다. 아무리 자기 애인이 어려진 거라 해도 그런 생각은 하지 말자. 순식간에 범죄자가 된 기분에 이성을 붙잡고 정신을 최대한 붙잡으면서 사쿠라이는 생각했다. 갑자기 자신의 머리를 치는 사쿠라이의 모습에 놀란 것인지 오노가 우물거리며 갸웃거리다가 다시 잔뜩 포장된 무언가들에 관심을 돌렸다.
나이가 더 많다고 노련하게 자신을 유혹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러다 케이크 상자를 열었는지 달콤한 향기가 나서 앞을 보니 자신과 케이크를 번갈아 보는 어린 오노의 모습을 보던 사쿠라이가 작게 침음을 흘렸다. 아, 근데 저건 좀 너무 귀여운데. 머릿속에 귀엽다라는 생각만이 가득해지는 사쿠라이였다.
이성을 겨우 챙겨서, 저걸, 어쩐다. 먹여도 괜찮은 걸까. 하는 고민이 이어졌지만, 자신의 소매를 작게 잡아당기고는 반짝거리는 시선으로 보는 오노의 시선에 한번.
" 형아, 저 이거 먹어도 괜찮아요? "
심장을 찌르는 호칭에 한번. 귀엽게 부풀려진 볼에 세 번. 완벽 패배당한 사쿠라이가 잠시간의 침묵 후 포크를 가져올 테니 기다리라는 말을 내뱉었다. 뻔뻔하게 반말하더니 이럴 때만 존댓말 써주다니 노련하달지 영악하달지. 그저 신난 듯이 반짝인 눈을 보자니 그냥 본능적으로 부탁의 의미가 존댓말로 튀어나온 것 같았지만.
그리고, 형아라니. 자신의 애인이 그렇게 귀여운 호칭으로 자신을 불러준다니. 물론 연상 애인도 너무 좋지만, 가끔 이런 기분전환도 좋지 않을까. 열심히 긍정회로를 돌리던 사쿠라이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솔직히 외면적 나이 차이로 보면, 아저씨 아닌가? 하는 고민은 저 멀리 날려보냈다. 자신보다 포크를 더 반기는 듯 하지만 그냥 귀여우니 다 용서하기로 했다.
뭐가 중요할까, 내 애인이 저렇게 귀여운데!
사쿠라이는 의도하지 않아도 귀여움이 흘러나오는 오노를 흐뭇한 미소로 바라보다가 천천히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했다. 언제부터 이렇게 된 것이냐, 왜 이렇게 된 건지 아느냐. 혹시 자기 모르겠느냐, 막 기억이 어지럽거나 하지 않느냐는 걱정 어린 말에서 크림을 입가에 잔뜩 묻히고 먹는 모습에 묻히지 말고, 흘리지
말고 먹으라고. 게다가 아무리 자신이었다지만 아무한테나 문 열어주는 거 아니라는 잔소리까지 말이 이어졌다.
잔소리를 듣던 오노가 입술을 삐쭉 내밀더니 손가락을 어느 바닥을 가리켰다. 바닥에는 작은 물병이 데굴거리고 있었다. 최소한 쓰레기를 바닥에 두지는 않는 오노를 아는 사쿠라이가 갸웃하면서 물병을 주워드니 적혀있는 문구.
[ 어려지는 물약! 효능이 없다면 얼마든지 환불가능! 기간은 무려~ 3일! 귀~여운 어린 시절의 모습으로 기분전환! ]
...싸구려 홈쇼핑에나 나올듯한 어이가 없는 문구에 사쿠라이가 글과 자신의 앞을 번갈아 보다가 이마를 짚었다. 보나마나였다.
어디서 얻었는지 몰라도 버리기 아까우니 대충 어딘가 뒀다가, 피곤해서 아무거나 마시다가 마셨겠지. 너무 뻔히 보이는 상상에 사쿠라이는 어이가 없었다. 요즘 바빠서 못 잔다더니 아무리 그래도 이런 위험해 보이는 물을 무턱대고 마실,정도였다니. 속에서 한숨을 밀려 나오지만, 차마 어린아이를 앞에 두고 모르는
일로 추궁할 수는 없는 노릇인 사쿠라이는 돌아왔을 때 신신당부해둬야겠다고 다짐했다.
기간은 3일. 문자로 추측하자면 이틀 정도 지났으니, 하루 정도 남았을 테니 자신이 있을 때 변할 거였다.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뭐라 해야 할지....
알 수 없는 기분에 사쿠라이는 힐끗 앞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기분 좋게 케이크를 냠냠 먹고 있는 오노를 보자니 괜히 심술이 들었다. 누군 조심성 없는 애인 때문에 이렇게 억울한데, 케이크가 저렇게 잘 들어가다니! 결국, 그런 마음도 볼을 한껏 부풀리고 자신을 올려다보는 모습에 사그라들어서 녹아버렸지만 말이다. 맛있어요? 하는 팔불출 대사만
튀어나왔다.
" 움, 형아. 사토찌 알아요? "
" 어? "
아직도 익숙해지지 않는 호칭에 어색하게 반문하면서도 7세 정도면 유치원정도 겠네. 자신을 이미 만났을 때겠네. 라는 생각을 마친 사쿠라이였다.
" 여기 어딘지도 모르고, 뭐 모르는 거 투성인데.... 형아 되게 익숙해요! 내가 아는 애랑 닮았어! "
" 아는 애? 흐응- 어떤 앤데? "
이거다! 싶은 사쿠라이가 자상하게 웃으며 되물었다. 오노가 돌아왔을 때 이걸 빌미로 자기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냐며 잔뜩 놀릴 예정이었다.
...그래, 그럴 예정이었다.
" 엄청 귀여운 애 있어요! 저보다 살짝 작은데, 똑바르고 말도 잘해요! 어쩌면 저보다 똑똑한지도 모르겠어요! 아니, 그렇겠다! "
떠올리면서 말하는데 신난 듯이 다리를 방방 앞뒤로 흔들며 자랑하는 말에 사쿠라이의 얼굴이 달아오르다 못해 익어 버릴 듯이 붉어지지 않았다면야.
세상에, 애인이 너무 귀엽고 자신을 저렇게 생각해주었대요. 너무 좋은데 너무 부끄러워서 미치겠네요.
" 형아, 어디 아파요? 얼굴 이상해. "
" ...아니, 아니. 괜찮아.... "
부끄러움에 어딘가의 구멍에라도 도망가고 싶어진 사쿠라이가 얼굴의 열을 식히기 위해서 손부채질을 시작하고, 오노는 갸웃거리면서 몸을 흔들다가 대뜸 물었다.
" 그래서, 누구에요? "
" 어? “
오노의 강렬한 질문 한방에 사쿠라이가 머리가 멍해졌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거짓말로 꾸며봤자 더 이해 못 할 게 뻔하고, 진실로 이야기해줘도 어떻게 믿게 해주지? 팽글 팽글 돌아가던 머리를 진정시키려는 듯이 사쿠라이가 크흠, 작게 기침을 하더니 천천히 일어나서 오노를 번쩍 들어서 안고는 침대로 향했다.
모를 때는 대충 얼버무리자. 곧 돌아올 테니까.
자신의 예상대로 대화를 하는 것보다는 잔뜩 올라간 시야에 반짝이며 더 기분 좋아 보이는 듯했다. 그래도 고집은 어디 안 가는지 답을 듣겠다는 듯이 힐끔힐끔 자신을 보는 시선에 사쿠라이가 대충 높은 톤으로 늘리며 대답했다.
창문 너머로 잔뜩 어두워져 가는 밖이 보였다. 보통 어린애들은 일찍 졸려 하지않나. 왜 아직도 안 졸려 하는 것 같지. 하면서.
" 형아는~ 사토시 미래 애인이에요~ "
" ? 애인...? 그게 무에요? "
" 서로 사랑하는 사이에요~ "
" 움... 그럼 얼만큼 사랑해요? "
어린아이는 순수한만큼 지독하다고 했던가. 무섭다고 했던가. 아무런 의도 없이 순수한 호기심이 사쿠라이에게 닿았다. 얼만큼이라, 얼, 만큼.... 평소라면 자신이 할 수 있는 달달한 말은 다 끌어모을 텐데, 어린 모습이니 그걸 다 알아듣지도 못할 테니 어떻게든 짧고 간결하면서 완벽한 말이 없을까. 열심히 머리를 굴리는 사쿠라이가 침대 옆에 도착해서야 아! 하면서 소리를 냈고 동그란 눈을 깜빡이던 오노가 사쿠라이를 바라보았다.
" 아까 케이크, 어디가 제일 좋았어요? "
" 딸기~!! "
" 형아는 그 딸기, 사토시한테 다 양보할 만큼 좋아해요! "
" 정말?? 그렇게 좋아해? "
알맞은 설명이었는지 눈을 반짝인 오노가 무언가를 고민하는 것인지 볼을 부풀리고 있는 것을 보던 사쿠라이가 이제 그만 자자면서 이불을 걷었다. 어린아이니까 일찍 자겠지 싶었고, 오노를 눕히기 위해 침대에 먼저 털썩 앉았던 사쿠라이의 품에서 펑! 소리와 연기가 나더니 묵직한 무게감이 자신을 푹 눌렀다.
" 악! "
갑작스러운 무게감에 뒤로 풀썩 밀린 사쿠라이가 머리를 긁적이면서 정신을 차리니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눈동자와 마주쳤다. 여전히 맑고 동그랗지만, 샐쭉 웃으면 눈꼬리가 휙 올라가는 매력적인 눈이 자신을 마주했다.
어떻게 이런 타이밍이 있지.
오노의 기억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알 수 없는 사쿠라이가 이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서 팔을 휘저으면서 말을 꺼내려 하니 오노가 대뜸 얼굴을 밀어서 입술에 쪽하고 입술을 맞추었다.
" 형아? "
" 엣, 아니, 형. "
" 사토시는~ 딸기도 좋지만. "
명백히 기억이 확실한듯한 오노가 티 한 장만 걸치고 자신의 위에서 자신의 몸을 쓰다듬는 손길을 느끼던 사쿠라이가 꿀꺽 침을 삼켰다.
그러고 보니, 하고 싶다고 칭얼거리는 문자를 진정시켰었던 것 같기도 하고. 만나자고 했더니 대뜸 침대부터 가고 싶다고 했던 나날들이, 있었지.
" 생크림도 좋아하는데! "
싱긋 웃은 오노가 그대로 사쿠라이의 얼굴의 앞에 얼굴을 묻었다. 케이크의 잔맛이 남아서 달달한 혀가 얽혀왔다. 어렸을 때 그 귀엽던 사람 어디 갔는지. 사쿠라이의 눈앞에는 아주 자신을 유혹하지 못해서 안달 난 사람이 있었다. 뭐, 그 모습도
귀엽지만.
" 그럼, 제가 오늘 생크림 듬뿍 줄까요? "
" 와아~ 좋다~ "
눈이 마주쳤고,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서로가 서로를 껴안는 손길이 얽히고 진득한 소리가 흘렸다. 자기 몰래 그런 이상하고 위험한 약물을 함부로 먹은 오노를 잔뜩 혼내줄 생각이 사쿠라이에게 가득했다는 걸.
아직 오노는 몰랐다.
+ 약물이 있던 이유.
" 아- 원래 쇼꿍 놀려주려고 놔둔 건데. 먼저 먹어버렸어. 많이 피곤 했었나.... "
" ...저요? "
" 웅. 오랜만에 귀여운 쇼군 보고 싶어서. "
" 뭐에요, 지금의 전 안 귀여워요? "
" 꺄하, 간지러~ 물론 귀엽지~ “
” 저는 형 어린 모습 봐서 엄청 좋았는데. “
” 뭐 볼게 있다구. “
”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너무 좋았어요. 맑고 사랑받은 기운이 풀풀 풍겨서 정말 좋았- 어, 얼굴 빨게요. 설마 지금 부끄러워요? “
” ... 조용히 해.... “
